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책리뷰, 독후감

다자이오사무, 인간실격을 읽고 / 인간실격 독후감

by 유럽겉핥기 DH 2019. 8. 18.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 에곤쉴레 (인간실격 표지, 민음사)

안녕하세요!

 

오늘은 책 인간실격을 읽고 감상문을 올려보려 합니다 ㅎㅎ

인간실격은 강렬한 제목과 인간의 나약한 내면을 풀어낸 표현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소설인데요. 

출판사에 따라서 조금씩 번역이 다르다고 합니다.

저는 참고로 민음사에서 나온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줄거리 요약도 나와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고 많은 소통 부탁드립니다!

 

 

인간 실격을 읽고

부제: 전후 일본인들을 위로해준 책임감 없는 인물

 

      I.        작품 소개

제목부터 독자의 마음을 강렬하게 빼앗는 책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마션과 같이 화성인이 되어 버린 것을 암시하는 소설책 제목이나 시크릿과 같이 비밀을 알려줄 것처럼 말하는 자기 계발서 제목 따위가 그렇죠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인간 실격이라는 제목의 강렬함은 단연 비교불가능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 실격이라니. 도대체 무슨 뜻 일까요? 실격이란 자격을 잃는 다는 것인데,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잃는다? 어떤 것을 뜻하는지 쉽게 상상할수는 없지만한눈에 보아도 음산한 분위기가 흘러나옴을 느낄 수는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요조'인데요. 그는 천성적으로 두려움 많은 인간의 내면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 내면을 익살스러움이라는 연기로 감추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 인간실격을 소설이 아닌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자서전으로 착각하였는데요. 그 이유는 요조’의 소설 속 행보가 실제 다자이 오사무가 겪은 일들과 매우 흡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약한 한 인간의 감정을 솔직하게 서술한 소설 인간 실격은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실제 사건을 각색한 자전적 소설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소설과 마찬가지로 몇 번의 자살시도 끝에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는 무엇을 우리에게 고백하려 하였던 것일까요? 그리고 도대체 왜 전후 패배감에 젖어 있던 일본인들은 이 소설에 크나큰 위로를 받았던 것일지 한번 파고 들어보겠습니다.

2차대전 일본 항복선언

     II.        줄거리

인간 실격은 총 다섯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자가 요조를 회상하며 쓴 도입부 서문과 요조가 쓴 세 개의 수기, 그리고 다시 제 3자가 마무리하는 후기’로 이루어져 있죠. 요조는 다자이 오사무가 투영되어 있는 극중 인물로 본인의 자전적인 얘기를 풀어나가는 수기를 쓴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말이지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은 자세히 보면 볼수록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섬뜩하고 으스스한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 애당초 그건 웃는 얼굴이 아니다.”1 자전적인 소설임을 감안한다면, 저자 다자이 오사무는 서문에서 본인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 혹은 아예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이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인용문을 포함해 서문에서 요조의 사진들을 묘사하는 부분들은 기본적으로 마치 인간이 아닌 것에 대한 혐오를 암시하고 있으며, 결국 자기 자신을 혐오하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리고 이어지는 첫 수기의 시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2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문장을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판사에 따라서는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있기도 하죠. "수치스런 삶을 살았습니다." 번역에 따른 차이인데, '부끄럼 많은 삶'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번역되건 정말 강렬한 첫 문장이지 않을 수 없네요. 여기서의 부끄럼은 우리가 무언가를 실수하였을 때 느끼는 그런 1차원적인 부끄럼이 분명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모순적으로 살았다고 생각하기에 느끼는 죄책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죠. 죄책감은 남에게 상처를 주는 등 죄를 지었을 때 본인의 과오를 반성하며 느끼는 부끄러운 감정인데요. 그런 감정을 요조는 전 생애에 걸쳐 느끼며 살아왔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조가 이러한 생애를 보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조는 인간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하녀와 머슴에게 몹쓸 짓을 당해 순결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습니다다. 인간을 두려워하였고,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요조는 내면적으로 인간을 불신하면서도 겉으로는 모두를 웃기기 위해 익살스러움을 연기하였습니다. 바로 이러한 모순에서 시작되는 내적 갈등과, 성장과정에서 마주치는 여러 외적 갈등의 영향을 받아 그는 죄책감, 부끄럼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요조는 고등학교 진학 후 엄격한 아버지 몰래 화방을 다니며 호리키라는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게 술, 창녀, 좌익사상을 배우게 됩니다. 요조는 잠시나마 호리키와 함께 다니며 인간에 대한 공포를 잊게 된됩니다. 그러나 호리키와의 인연은 필시 악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호리키로 인해 알게 된 것들로 인해 경제적으로 부족해지고, 호리키를 비롯한 여러 외부 세계에서 얻은 상처로 인해 사랑을 나누던 창녀와 함께 동반자살을 기도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여자는 죽고 요조는 살아남아 더욱 큰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자살기도로 인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감시는 요조를 더욱 옥죄이게 만들고 또 다른 탈출구로 시즈코라는 두 번째 여자를 만나 동거하게 되는데요. 그녀와 그녀의 아이 시게코와 함께 살며 잠깐이나마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내 술과 여자에 다시 빠지며 두 모녀를 등한시하게 되고, 그들의 행복을 바라기 때문에 떠난다는 모순적인 말을 남기며 집을 나서게 됩니다. 요조는 마지막으로 세 번째 여자를 만나 그녀를 무한 신뢰하며 행복하고 평범한 결혼생활을 영위합니다. 그는 그녀가 처녀이었음에 사랑을 느꼈고, 무한한 신뢰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다른 남자가 부인을 무참하게 강간하는 것을 목격하고 맙니다. 그의 무너진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가 신뢰하던 그녀는 더럽혀졌고, 요조는 신에게 묻습니다. “신에게 묻겠습니다. 신뢰는 죄인가요”3 그는 곧 철저하게 무너졌고, 결국 부인과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4 그는 본인의 인간 실격을 선언하면서 소설은 마무리 됩니다.

인간실격의 저자 다자이 오사무

 

 

   III.        느낀 점

요조가 겪은 여러 외부 갈등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여자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요조는 여자를 남자보다 신비스러우면서도 어려운 존재로 여겼는데, 역설적으로 여자들은 요조를 돌보아주고 싶은 감정을 느끼며 다가온 것이죠. 요조는 소설 말미에서 여자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울부짖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요조의 나약한 내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요조의 외모는 필시 매력적일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가 여자로 하여금 모종의 모성애와 같이 작동한다는 등의 가설을 세울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은 외모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기 때문이죠. 하물며 여러 여자가 다가온 요조의 외모는? 당연히 매력적이라고 상상할 수 있겠죠. 본인의 외모를 강점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약함을 요조는 보여준 것이죠. 또한 요조의 나약함을 배가시킨 데에는 그의 경제적 관념도 한몫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가족으로부터 용돈을 받으며 하숙을 하였는데, 그의 집안이 지방 유지였음을 감안한다면 결코 적은 용돈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한심하게도 사나흘이면 용돈을 모두 탕진하여 전당포에 소지품을 맡기면서도 값싼 술집이나 기웃거린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돈이 없어 상처를 받습니다. 솔직한 제 느낌은 요조는 정말 한심하고 책임감 없는 나약하디 나약한 인간입니다.

전후 일본에서 인간실격은 크나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전후 일본에서 인간실격이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솔직히 찝찝한 면이 있습니다. 요조는 나약하고 책임감 없는 인물입니다. 당시 일본은 막중한 전쟁 책임을 물어 모두가 패배감에 젖어 있었습니다. 이때 요조처럼 나약하고 책임감 없는 극중인물이 일본인들을 위로해주었다는 것은 그들 사이에서 묘한 동질감이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진정성 있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 일본의 성격이 나타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조가 이런 비극적인 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신을 우선시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요. 어린 시절의 조숙함, 주변 환경 등의 영향이 큰 영향을 끼친 건 사실이지만, 타고난 성격이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싫다면 자기를 우선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조는 인간을 두려워했기에 거절을 하지 못했고, 호리키나 넙치에게 벗어나기는커녕 싫은 소리 한번 못 해 그들과의 악연이 쭉 이어진 것이지요. 물론 1930-40년대의 일본 분위기와 현대의 한국 사회 분위기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개인주의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분위기이지만, 전후의 일본은 전체주의가 만연한 시대였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생각해 볼까요? 소설 속 요조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의 나약한 내면과 자기혐오를 현대사회에서도 분명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조금씩 나약한 면도 있고, 결코 사랑할 수만은 없는 흑역사도 하나씩 가지고 있을 수 있죠. 우리는 그 시대의 일본과는 다르게 단순히 위로를 받는 차원을 넘어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보완하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용

1: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민음사, 10
2: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민음사, 13
3: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민음사, 117
4: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민음사, 131

 

written by 유럽겉핥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