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여행 - <비포선라이즈>의 그곳들

동유럽을 여행 중 비엔나를 들렀다. 따로 일정을 정하지 않고 무엇을 할까 하다가 <비포선라이즈>의 배경이 비엔나라는 게 문득 떠올랐다.

영화 <비포선라이즈>, 1996

마니아가 많은 영화이고, 나는 이 영화를 세 번 보았다. 대학에 입학해서, 군대를 다녀와서, 여행을 앞두고. 같은 영화를 보지만, 나의 경험과 상황이 영화를 늘 새롭게 만든다.

<비포선라이즈>의 그곳들

<비포선라이즈>의 그곳들 중 일곱 장소를 직접 방문했다.

영화에 나온 장소를 순서대로 들러보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동선이 뒤죽박죽 섞여있다. 아마 실제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영화가 흘러간 것 같다.

장소의 이름은 구글 지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지도에 영어 이름으로 표기해두었다.

 

영화 속 이동 경로

비엔나 서역 → 촐암트슈테그다리 → ALT&NEU →  마리아테레지아 광장 → 프라터 → 카페 슈페를 → 알베르티나

 

Westbahnhof, Wien 비엔나 서역

영화속 주인공들이 하루 여행을 시작하고 끝내는 비엔나 서역. 빨간 열차의 모습과 플랫폼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었다. '설렌 여행을 시작하는 곳'이란 생각에 한 명 한 명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였다.

 

촐암츠슈테그다리, Zollamtssteg

연극을 소개하는 청년들을 만나는 다리이다. 실제로 유동인구가 별로 없는 다리이고, 내가 머문 십여분 동안 세네 명의 사람들이 이 다리를 건넜다. Zollamt는 독일어로 '세관'이라는 뜻이다.

 

촐암츠슈테그다리, Zollamtssteg

 

촐암츠슈테그다리, Zollamtssteg

다리를 머물면서 아래를 흐르는 물과 지나다니는 열차를 볼 수 있었다. 연극을 권하는 사람은 없었다.

 

ALT&NEU, Teuchtler Schallplattenhandlung u. Antiquariat

ALT&NEU(Old&New)라는 음반 판매점에서 주인공들은 LP판을 구경하면서 노래를 듣는 장면이 나온다. 해당 음반 판매점은 그 위치에서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장소는 따로 보이지 않았다.

 

ALT&NEU, Teuchtler Schallplattenhandlung u. Antiquariat

ALT&NEU는 구글 맵에서 Teuchtler Schallplattenhandlung u. Antiquariat로 나와있다. '골동품 수집가'라는 뜻이다.

 

ALT&NEU, Teuchtler Schallplattenhandlung u. Antiquariat

문에 걸린 포스터가 <비포선라이즈>의 그곳을 잘 찾아왔다고 말해준다.

 

마리아테레지아 광장, Maria-Theresien-Platz

 

마리아테레지아 광장, Maria-Theresien-Platz

ALT&NEU를 나온 주인공들이 프라터를 향하기 전에 지나가는 마리아테레지아 광장. 정원 관리가 정말 잘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Wien)과 자연사 박물관(Naturhistorisches Museum Wien)을 찾는다. 

 

프라터의 대관람차, Prater, Wiener Riesenrad

프라터는 도시 한가운데 있는 놀이공원이다. 별다른 입장료가 없고 놀이기구 앞에서 바로 현금을 내면 티켓으로 교환해준다. 평일 저녁에 갔는데 놀이기구는 5~10유로 정도이고, 대기시간은 15분 미만이었다. 개인적으로 놀이기구를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볼 수 없던 놀이기구 네다섯 개를 타기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노을이 질 무렵 관람차를 타면 멋진 뷰를 볼 수 있다.

 

프라터의 놀이기구들, Prater

 

카페 슈페를, Cafe Sperl

<비포선라이즈>의 명장면이다. 카페 슈페를(Cafe Sperl)에서 서로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는 상황극을 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카페 슈페를, Cafe Sperl

오스트리아의 전형적인/전통적인 카페의 모습이었다. 아인슈페너 한잔을 마시면서 여유를 즐겼다. 커피 맛은 그냥 그랬다. 아인슈페너를 즐기려면, 5분 거리에 있는 카페 카프카(Cafe Kafka)를 강력 추천한다.

 

알베르티나, Albertina

주인공이 밤을 새우며 시간을 보내는 알베르티나이다.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변 건물들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알베르티나, Albertina

<비포선라이즈>를 좋아하고, 인기가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영화 속 장소에 영화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을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유일하게 알베르티나에서 여주인공의 포즈를 취하는 여성분 한 명을 보았다.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좀 더 한 곳, 한 곳에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영화를 좋아하고, 비엔나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낼 지 고민하는 여행자라면 '단 하루,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시간' <비포선라이즈>의 그곳들에 가보길 권한다.